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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의 하루하루

민망함을 알았습니다

작성자 오지마을목사 등록일 2016-06-27 07:37:46 조회수 2,729회 댓글수 0건
파일 #1 크기변환_20160627_065638.jpg 첨부일 2016-06-27 07:37:46 사이즈 155.7K 다운수 6회

변화만이 살길이다

한해의 절반을 보내며 주일 말씀의 제목을

이렇게 정했고 말씀을 전했습니다.

한번 그렇게 해봤더니 아직 살아 있어서...

올해 들어 첫 주일 설교를 새롭게 하소서라는

말씀으로 시작해서 절반을 지내온 지금은 얼마나 새로워 졌는가?

성도들에게 물었습니다. 한번 두 번 세 번을 물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멘 하는 소리가 제법 컸습니다.

하지만 이내 두 번째는 작아지고

세 번째는 거의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는 여러분은 많이 변했습니다! 라고

결론을 내 주었습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적어도 민망함을 알 만큼 변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민망함을 전혀 모르던 곳에서 20년을 보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내가 하면 무조건 맞고 잘났고 돈과 명예를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민망함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지금도 그곳에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민망함을 모르는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들의 모습을 전해들을 때마다

나의 민망했던 모습들이 떠오릅니다...

 

목회를 시작한지 10년 이제야 민망함을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조금...그때는 싸인을 해 달라면 당연한 줄 알았는데

이제는 민망합니다.

 

어렵게 어렵게 오직 기독교 관련 책만 출판을 하는 작은 곳

샘솟는...’에서 책을 냈던 적이 있습니다. ‘사람이 별미입니다

내 속에 있는 것들과 지내온 부끄러운 이야기까지 알몸으로 서는

마음으로 써 내려간 책입니다. 물론 내게는 전혀 이익이 없는

장애청소년들을 위해서 전액 기부한다는 마음에 냈던 책입니다.

그럼에도 집회 때마다 교회들에 들고 가서 판매한다는 것이

집회의 목적을 흐린다는 이유로 아니다 싶어 절대 판매를 못하도록

했습니다. 자연 출판사는 엄청나게 힘들었을 겁니다.

지금 생각해도 얼마나 미안한지 모릅니다.

 

간혹 책을 읽은 목사님들과 교회의 관계자들이

꼭 새 신자들에게 냉담 자들에게 교인들에게 읽게 하고 싶다고

책을 가져다 달라하면 택배로 먼저 보냅니다.

하지만 집회를 마치고 싸인회를 한다고 하면 소르라 치게 놀라서

도망을 치곤했습니다.

어제는 마포 주택가에 있는 작은 교회에서 집회를 했습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이미 책을 준비해 놓으셨습니다.

담임 목사님과 장로님이 먼저 읽고 많이 울었기에 추천을 한다면서...

40권의 책에 싸인을 하는 동안 나는 40번의 민망함을 느꼈습니다.

목사님께서 3번씩이나 책을 소개하는 바람에

3번을 더 민망해 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받아든 성도들이

남편에게 읽게 하려구요, 교회에 안 나오는 형부...시어머니...

 

내가 스스로 민망함을 느꼈더니 그 민망함을 감추어주는 멋진

결과를 이제야 알았습니다.

 

목사님을 통해서 하얀 봉투를 받았습니다.

액수는 적지만 과부의 두렙돈입니다

어렵게 딸과 둘이 사는 집사님이 꼭 전해 달라고 부탁하셨답니다.

가슴이 찡 합니다, 눈물이 납니다. 액수가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 하나님을 만나 변해가는 내 모습을 담아낸 책까지도 민망해 했더니

이제야 답을 주시는 구나. 내 자랑이기 보다 그분을 자랑했더니

하나 둘씩 민망함을 기쁨으로 바꾸어 주시는 구나 이제야 살길이

보이는구나...

 

우리 교회 예배는 시끄럽습니다.

장애를 가진 예쁜 녀석이 시도 때도 없이 소리를 지르고

장애가 있는 분들이 오래 앉아 있지 못해서 왔다갔다 들락 달락 합니다.

여느 분들은 불편해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절대 그들을

쳐다보지 못하게 합니다. 장애가 있는 가족들이 민망해 할까봐

나는 말 합니다. 이렇게 멋진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교회가 또 있느냐고?

진짜 민망한 일은 절대 자신은 변하지 않고 주변 탓하고 남들의 소리에

민감한 사람들일 겁니다. 변하지 않으면 살수 없습니다.

생명력을 잃게 됩니다.

 

민망함이 없을 것 같은 지금의 생활들,

교회와 목회자, 신앙인들이 모인 곳,

지내보니 민망한 일이 없는 것이 아니라

민망함을 모르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곳 같습니다.

이제는 고인이 된 한 선배가 정치계를 떠나면서

코미디 보다 더 코미디 같은 곳에서 잘 놀다 갑니다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던 기억이 있습니다.

 

혹여 나중 목회 은퇴를 하면서 잘 놀다 갑니다라는

허망한 소리 하지 않도록 날마다 변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정말 민망한 일들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야 겨우 민망함을 알게 된 목사의 한주를

어떻게 인도 하실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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