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어젯밤 파주에는
정말 어마어마한 비가 쏟아졌습니다.
단시간 내에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면서
마음 한 구석에 불안함이 차오기 시작합니다....
금요 찬양예배를 앞두고 찬양 연습과 예배 준비를 하면서도
틈틈이 교회 마당을 나가 봅니다.
몇몇 예온 가족들은 목사님 비 맞지 말라고 걱정을 해 줍니다.
하지만 난 나 보다는 지붕이 새는 교회가 걱정이고
물이 스며들어 처마가 무너질까 걱정이 됩니다.
또 예배를 드리러 오는 사람들이 더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말은 하지 못합니다. 그냥 빙긋이 웃으며 주님! 하고
혼잣말로 나지막이 주님께 맡깁니다...
돌이켜 보면 비는 엄청난 즐거움이었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 비가 오시는 날은 자유였습니다.
일부러 빗물에 옷을 적시고 어차피 젖은 거 하면서
물 창을 치며 놀았습니다. 비고인 웅덩이에 눕고 엎어져서
물 첨벙을 했습니다. 그래도 우산이 없어서 다 젖었다고
집에 가서 핑계를 댈 수 있었기 때문에 자유로웠습니다.
학창시절 비가 오시는 날은 폼 나는 날이었습니다.
우산 없이 비를 쫄딱 맞으며 뛰지 않고 오히려 천천히
여학교 앞을 지나가면 괜스레 폼 나보였던 적이 있었습니다.
한참 시를 읽고 음악을 듣던 나이에 비 오시는 날,
비는 인생이었습니다. 가장 깊이 있게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날이었습니다.
낚시를 좋아해서 날마다 물가에 있던 때
비는 풍요와 여유였습니다. 비가 오시는 날
물이 뒤집어져서 바닥 고기가 올라오니 풍요롭고
사람들이 별로 없으니 여유로웠던 날이었습니다.
목회자가 된 지금의 비는 늘 걱정입니다.
비가 오시는 날이면 휠체어를 타고 올수 없는
장애인 가족들이 걱정이고,
앞마당에 물이 고이는 것이 걱정이고
창고를 개조해서 사용 중인 교회는
점점 수리하고 손봐야 할 곳이 생겨나니
손길이 없어 걱정이고 물질이 걱정입니다.
그럼에도 걱정할 것이 있음이 기쁨입니다.
한 번 더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어서...
그래서 한 번 더 손 모아 기도 할 수 있음이 좋습니다.
비는 언제든 같음에도 나의 처지와 상황에 따라
달라지나 봅니다.
누군가에게는 분명 고마운 비가 내리시는 날이기에
나도 덩달아 고마움으로 마음을 돌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