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어 좋은 날*
오늘 같은 날씨를 참 좋아 합니다.
바람이 심히 부는 날, 더 좋은 날은
비는 오지 않고 바람이 부는 날,...
더 좋은 날은 햇볕이 쨍쨍한데 바람만
많이 부는 날.
충분히 우울할 수 있고,
충분히 외로울 수 있고,
충분히 슬퍼도 되는 날,
혼자여도 괜찮은 날,
바람이 부는 날은 어디에 있어도
바람을 느낄 수만 있다면 참 좋습니다.
바람이 심히 부는 날에는 어떤 음악도
세세히 들리지 않으니 귀에 거슬리지 않아서
참 좋습니다.
어린 날의 기억에도 힘든 날의 기억에도
바람 부는 날에는 왠지 모든 사람이 다들
나와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참 좋았습니다.
오늘도 바람이 심히 불어서 그래서
참 좋습니다.
새벽 예배를 마치고 나서려 할 때
알록달록 켜져 있는 불빛들
날 마다 보았음에도 오늘 눈에 띄고
관심이 간 것은 바람이 부는 날이라서
그런 모양입니다.
앰프, 믹서, CD플레이어, 시계, 정원장치,
각자 ‘나 일하고 있어요’ 라며 불빛을
뿜어내고 있는 모습에 그래 잘 하고 있구나
다 너희들 덕분이다, 예배 잘 드렸다...
밖으로 나서며 몸이 흔들릴 만큼 한
바람이 불어주니 오늘은 바람 불어 좋은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