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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의 하루하루

18-04-21 *이상한 초대에 가슴이 말하고*

작성자 오지마을목사 등록일 2018-11-24 01:17:11 조회수 1,157회 댓글수 0건

18-04-21 *이상한 초대에 가슴이 말하고*

 

토요일은 어떤 일이 있어도 한 발작도 움직이지 않고

오로지 주일 예배 준비만 해왔는데

오늘은 이상한 초대로 집을...나서게 되었습니다.

 

3주전 교회로 전혀 일면식도 없는

중년의 커플이 찾아오셨습니다.

파주에 다니러 오셨다가 주일이면

예배를 드리러 우리교회를 찾는 분들이

꽤 있어서 그런가 했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말을 건네지 못하고

망설이시기에 먼저 다가섰습니다.

그리고는 이상한 초대를 받았습니다.

결혼식 주례를 맡아 달라는 겁니다.

 

자녀들의 주례를 부탁하는 줄 알고 잠시 얘기를 나누는데

본인들의 결혼식이라는 겁니다. 사연인 즉

 

50대 후반인 두 사람중 신부는 재혼이며 신랑은 초혼이라는 겁니다.

그냥 정 붙이고 살려다 보니 결혼식도 한번 해 보지 못하고 자신 때문에

희생하는 남편이 가엾더라는 겁니다.

 

그동안 장애인분들과 고아 출신의 남여와 다문화 커플들의 주례를 봐왔고

교인들 가운데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살아온 어려운 분들의 친정부모가 되어주고

주례를 봐왔지만 모두가 연관이 있거나 누군가의소개가 있었지 본인들 스스로

찾아온 경우는 처음이라서 망설이는데 아내가 이미 통화를 했고

오늘 오시라 약속을 잡았다는 겁니다.

 

솔직한 마음으로 내키지 않았습니다. 결혼식이 토요일이기도 했고

출석중인 교회의 목사님도 계신데 싶어 물었더니

출석교회의 목사님이 아주 많이 젊으신 모양입니다.

그래서 양해를 구했답니다. 또 하나 살살 구슬러 나를 어찌 알았는지

물었더니 우리 교회에 출석하다가 슬그머니 사라진 집 나간 성도 한 사람이

목사님을 찾아가면 절대 거절하지 않으실 거라고 마음이 참 약한 분이라고

했다는 겁니다. 기가 막혀서...

 

일단 조금 더 생각을 해 보마하고 돌려보내고 시간이 지나

오늘 이상한 초대에 참석하게 된 겁니다.

 

신랑 신부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그래도 새벽녘까지

주례사를 쓰고 다듬고 혹시라도 늦을까 서둘러서 예식장에 가보니

아무도 없습니다.

 

신랑은 로비를 서성거리고

신부는 신부 대기실에 친구조차 하나 없이

너무도 외롭게 앉아 있습니다.

 

곱게 단장하고 하얀 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나를 보자 울먹거립니다.

아내가 곁에 다가 앉아 손을 잡아주니 사시나무 떨 듯 떱니다.

마치 친정엄마를 만난 듯이 어깨에 기댑니다.

 

남편을 위해 일을 벌였지만 얼마나 후회했을까?

남세스럽다는 말을 얼마나 많이 듣고 주위로부터

핀잔을 들었을까? 여러 생각에 나도 울컥합니다.

오늘 아내는 자기보다 나이 많은 또 하나의 딸을 맞이합니다.

 

예식을 시작하려는데 모든 게 엉성합니다,

사회를 보기로 했다는 친구는 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오지 못한 답니다.

대신 사회를 맡은 친구는 나이 탓인지 순서지의 글씨를 잘 보지 못합니다.

주례자가 단에 오르기도 전에 갑자기 신부 입장을 외칩니다.

 

주례자 대기석에 앉아 있다가 날아가듯 뛰어 올라

처음부터 다시 바로 잡아 줍니다.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왜 내가

이상한 초대를 받도록 인도하셨을까?

이 세상에서 이 순간 가장 큰 축하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가장 외롭고 고독한 순간이 된 것을 역전 시켜 주라는 그런 뜻인 듯합니다.

 

체면? 관계없는 사람들? 이상한 초대?

모든 것을 벗어 버리고 가장 화려하고 가장 근사한 결혼식으로 빠꾸어 주려고

사회자도 되고 주례자도 되고 친정 아빠가 되어서 근사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많이 웃고 모두가 울었던 참으로 이상한 초대로 시작한 이상한 결혼

진짜 하나님이 맺어주신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던 날이었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참 잘왔지?라고 말을 건네자 아내가 웃습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고 그래서 전화 통화를 할 때 나 모르게 오케이를

미리 해 놓았다고...

 

작년이 결혼 30주년이었는데 교회와 장애인들을 돌보고

장애인 회사 유치를 위해 뛰어 다니느라 그냥 보낸 것이

너무도 미안하고 아쉬워서 어제 먹다 남은 조개를 넣고 진한 해물 칼국수를 끓여

식탁으로 이상한 초대를 해 봅니다.

 

이상한 초대? 우리는 다 알지 못하지만

주님은 분명 다 알고 계시기에 초대에

감사로 응하면 반드시 그 맺음은 가슴이

말을 하고 대답을 하는 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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